유퀴즈 7급 공무원 자살을 보니 내가 휴직 1년했던 게 생각난다

 

나는 지금 여전히 우울증 약과 ADHD 약을 하루에 3번씩 복용하고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도 10년이 다 되어가고 복용한 것도 8년이 다 되어간다. ADHD 약은 3년 정도 먹고 있다.

 

나는 여전히 패배주의자, 염세주의자다. 그래서 지금도 아직도 힘들다.

하지만 2년 전에 나는 너무나도 힘들었었다. 직장에서 수도없는 실수로 인한 자기무력감, 패배감을 맛봤고,

직장동료의 험담과 지속되는 술자리 강요도 내 자살충동에 한 몫했다.

또 남에게는 하찮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매일 영어공부는 하고 있는데 6개월만에 성공하는 남들처럼(이제는 안 믿지만)

나아지지 않는 나의 실력에 나는 돌대가리인가 싶기도 해서 내 능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어렵게 준비해서 들어온 걸 생각하면 도무지 직장을 떠나고나서

무엇을 할 자신이 없어서 자살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이 있나 또 다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만두면 내 인생은 그냥 남들이 보기에는 '고거하나 못버티고 나오냐?'고 하는 꼬리표가 무서웠기도 했다.

 

근데 이번에 Tvn 유퀴즈 방송에도 나왔던 7급 공무원이 갑자기 자살을 했다고 하니

이 분도 휴직을 한번 고려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고려해봤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하니 증명서를 가지고 인사과에서 1년 휴직을 받았다면,

"어른이 돼가지고 왕따나 하는 나쁜 x들"이 없는 곳으로 복직 후에 발령이 났을 수도 있는데...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맞다, 그런 나쁜 인간들은 어딜가나 있고, 이번에 자살한 사람도 사람에 대한 경멸을 느끼고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서 앞에 깜깜해서 결국 삶을 저버렸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분의 인스타 마지막피드에서 참고 견디겠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보니까

사람에 대한 경멸은 있지만 자신에 대한 경멸은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아서

정말 1년 간 자신에게 푹 쉴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면,,,하는 것에서 안타깝다.

 

내가 알기론 공무원은 1년 휴직하면 본봉의 50%는 나온다고 들었는데, 생계가 그래도 더 팍팍했다면

휴직 전에 마통이라도 뚫어서라도 자신의 한번밖에 없는 인생에 '쉬는 시간'을 마련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그래, 맞다. 말이야 쉽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내 우울증도 이해 못해서 '나도 힘들다, 누구는 안 힘드냐?'라고 들을때마다 한숨이 쉬어진다.

 

그치만 만약 지금 이 글을 보는 직장내괴롭힘이나 왕따, 그리고 다른 이유로 우울증을 겪는 분이라면 

'생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다니고 있겠지만, 일단은 내가 있어야 세상도 있다는 것을 알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직장을 최대한 이용해서 마이너스 통장 뚫고 휴직하고 재정비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아니면 그 휴직기간에 다른 길로의 모색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들 자신에게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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