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 책을 원래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고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가 워낙 유명해서 한번 소설로 봐볼까 싶어서 도전했던 책이다. 나중에 다보고 나니까 '쉬운 원서'로 유튜브나 다른 매체들에서 소개를 시켜주더라. 근데 이건 쉬운 원서가 아니라고 하고 싶다. 물론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대화는 쉽지만 피터 반 후텐을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시 읽어봐도 이해하기가 힘들더라, 그리고 헤이즐도 어려운 문장을 쓸 때도 있어서 쑥쑥 내려가려고 하다가 멈춰서고, 그런 적이 많은 책이었다. 그래도 역시나 사람들이 작가인 존 그린을 좋아하는 이유가 캐릭터의 감정을 살아있게 만든다는 건데 나도 끝까지 보면서 마지막에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1. 배경
The fault in our stars 에서 주인공은 항상 숨쉬기가 힘들어 항상 산소통을 가지고 있는 암환자인 헤이즐이다. 미국에는 공통의 문제를 겪고 있는 모임을 많이 가지는 것 같은데, 이 소설에서도 병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환자들의 Support Group 이 나온다. 항상 '힘내라, 걱정하지마라, 이겨낼 수 있다' 라는 고지식하고 뻔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에 질려있는 헤이즐이 한번은 나가고 싶지 않아하던 날, 금발에 눈이 바다같이 푸른 남성미를 풍기는 소년 어거스터스를 만나면서부터 그녀의 허걱대는 삶이 변화하게 된다. 헤이즐을 좋아하게 만든 어거스터스도 한쪽 다리가 잘려나갔고 암으로 고생하고 있는 남주인공. 어거스터스는 모임시간 내내 헤이즐을 바라보고 끝나자마자 헤이즐에게 영화배우를 닮았다며 그 영화배우가 주연한 영화를 자기 집에서 같이 보자고 스스럼없이 제안한다. 그런 그의 매력에 매료된 건지 헤이즐도 거부하지 않고 따라 나선다. 어떻게 보면 이 둘의 연애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한국영화 제목처럼 헤이즐의 죽음을 앞두고 뻔한 연애를 하는 것 같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헤이즐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지금 읽는 독자들이 삶에 대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이다.
2. 감명 깊었던 내용
헤이즐이 자기가 어차피 죽게 될 운명이기에 어거스터스에게 '삶의 지뢰'가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하고 자신을 어거스터스에게 멀리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인상깊었다고 하기엔 좀 진부하고, 나는 헤이즐이 건강할 때 정원에서 탔었던 그네를 어거스터스와 함께 중고장터에 파는 장면에서 뜬금 울컥했다고 말하고 싶다. 보통의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닌, 하고싶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그네를 타는 것'에 헤이즐은 가질 수 없는 행복들을 하나하나씩 떠나보내면서 삶에 대한 끈을 놓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말이다. 그리고 헤이즐이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헤이즐에게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한 어거스터스가 자신의 죽음이 다가왔다는 걸 알고나서 헤이즐과 친구 아이작과 함께 장례식을 미리 치루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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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더 인상깊었던 내용
헤이즐은 즐겨보던 책이 갑작스럽게 끝나고 후속편이 나오지 않으면서 직접 어거스터스와 함께 네덜란드까지 찾아가고, 그토록 알고싶어했던 후속편을 작가에게서 듣고 싶어하지만, 이 작가는 술에 쩔어서 암환자에게 못된 소리나 하고 결국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른채 집으로 돌아온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지만, 그런 헤이즐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고 싶어서 이제 세상을 떠나는 길에 남겨둔 헤이즐에게 보낸 어거스터스의 편지에서 그만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이 자기가 사랑하는 만큼 헤이즐도 사랑할까에 대한 물음표를 던질때, 헤이즐이 세상에 없는 어거스터스에게 I do, I do. 할때는 펑펑울고 말았다.
4. 독서 후 생각
젊은 남녀들의 사랑 앞에 놓인 암이라는 장애물을 싸워이겨내는 그런 소설이 아니었다. 이미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자신들의 한계를 알고 함께한 그 순간들을 즐기고 사랑했다. 물론 아픔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헤이즐은 소설의 주인공도 암으로 죽고 갑자기 끝난 결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 소설의 확실한 마무리를 원했다. 마치 자기가 떠나고 나고 남은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확실한 마무리가 없다는 것을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에게서부터 배운 것 같다. 어거스터스의 소설의 결말을 지어주기보다는 작가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는 부분에서 나는 생각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갔다 떠나는 것만으로도 좋다' 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마치며
다른 사람들에게 원서로 읽기 좋은 소설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쉬운 원서라고는 못 할 것 같다. 앞서 적었듯이 중간중간 시적인 표현도 많고 문장을 꼬아꼬아 놓은 부분이 많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오더블이라는 오디오북에서 나래이션하고 같이 눈을 따라서 읽어가면 헤이즐의 감정을 더 목소리로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다.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라 아직 보지않았던 실사 영화도 안 볼 예정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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